
아이스크림 가게와 문구점, 커피숍과 빨래방, 사진관, 탁구장, 인형뽑기방에 이르기까지 무인점포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24시간 운영되는 이들 매장은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창업자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인식된다.
직장에 다니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낼 때에도, 잠든 새벽에도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직원 채용이나 인건비 부담이 없다는 점, 아이스크림 도난이 발생하더라도 아르바이트 직원 시급만큼은 아니다라는 업자의 달콤한 속삭임은 무인점포를 매력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더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매장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관리 업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청소와 재고 관리, 결제 오류 대응과 환불 처리, 기계 고장 등 다양한 현장 상황에 대응할 주체가 필요하다. 한 때의 유행어처럼, 소는 누가 키우는가? 그 역할은 점주가 해야한다.
새벽에도 수시로 현장 호출에 응해야 하는 구조라면 ‘잠자는 중에도 수익이 발생한다’는 기대는 역설적으로 ‘잠도 못자고 24시간 매여있다’는 의미도 된다.
“자영업으로 성공하려면 사장이 편해서는 안 된다”는 한 자영업자의 경영철학은 예비 창업자가 한 번쯤 되새겨볼 대목이다.
인건비를 절감했다는 계산 속에는 정작 점주 본인의 노동과 희생이 비용으로 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임대료와 전기요금이 발생하고, 장비 구매 및 수리비 부담도 이어진다. 영업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그에 비례해 이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요즘은 철거업체가 가장 많은 돈을 번다”는 지인의 우스갯소리에는 결국 점주가 손실을 안고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현실의 씁쓸함이 묻어있어 그저 세태 풍자로만 넘기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진입과 철수 장벽이 비교적 낮은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의 경우 10곳 중 9곳이 문을 닫는다고 전했다. 영업을 이어가는 매장 역시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점주가 24시간 대기 체제를 유지하며 얻는 월평균 순이익은 50만 원 안팎에 그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상 점주 본인의 수고비가 월 50만 원 수준인 셈이다. 이러한 현실을 미리 알고 창업에 나서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수익과 시간적 여유를 동시에 얻고자 하는 기대가 클수록 시설 투자를 유도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장밋빛 설명에는 솔깃해지고, 운영 스트레스나 폐업 위험은 자신과는 무관한 남의 일로 무시할 수 있다. 계약 체결 전에 관리에 필요한 시간과 실제 소요 비용, 기계 고장이나 향후 폐업 시 감당해야 할 부담까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무인점포 시대, 잠자는 동안에도 돈을 번다는 환상에 빠지기 전에, (임대차) 계약에 발목잡혀 24시간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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