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온갖 네거티브 공세가 난무하지만, 때로는 단어 하나가 주는 부정적 어감에 기대어 본질을 교묘히 호도하는 술수가 남발한다. 최근 특정 후보가 ‘대부업체’와 엮여 있다는 식의 꼬리표 붙이기가 대표적이다.
좋은데이 소주회사도 대부업한다
우리가 식당에서 흔히 찾는 소주 ‘좋은데이(무학)’, 아이들의 ‘눈높이교육(대교)’, 그리고 가게 손님들이 신용카드 결제할 때 쓰는 이지체크(KG이니시스·한국정보통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들 모두 법인 등기부에 ‘대부업’을 등록한 회사들이다.
좋은 이미지를 가진 이 대기업들이 왜 대부업을 등록했을까? 고리대금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업의 수익금을 융통하거나(무학), 임직원에게 복지 대출을 해주거나(대교), 소상공인에게 결제 대금을 먼저 지급해 주기 위해서다.(KG이니시스·한국정보통신)
돈의 흐름이 생기는 거래활동을 하고자 하는 기업은 ‘대부업 등록’을 하고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정작 우리 사회를 좀먹는 진짜 악당들은 대부업 등록조차 하지 않고 감시망을 피해 음지에서 돈을 굴리는 ‘불법 무등록 사채업자’들이다.
남을 돕는 선한 돈도 대부업을 등록해야 계속할 수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의 특정후보가 잠시 몸담았던 ‘주식회사 마다스컨설팅’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의 주된 사업은 기술력과 잠재력은 있으나 일시적인 흑자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에 긴급 자금을 수혈해 살려내는, 이른바 ‘엔젤 투자업무’가 주요 사업 영역이다.
위기에 빠진 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대여)하는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는 엄연한 ‘금전의 융통(대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의를 가진 엔젤 투자나 기업 구조조정이라 할지라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투명하게 기업 간 자금을 거래하려면 현행법상 반드시 대부업으로 등록하고 정부의 깐깐한 통제를 받아야만 한다. 이를 피해서 몰래 돈을 빌려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불법이다.
하지만 2024년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대부업체 수는 8,182개에 이른다. 이 모든 업체를 당국이 24시간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업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에 반드시 ‘보호감시인’을 두도록 강제하고 있다. 보호감시인은 대부업체가 불법 채권추심을 하지는 않는지, 법정 최고금리를 어기지는 않는지 내부에서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금융소비자 보호경찰’이다.
이들은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회사 내부의 위법 행위에 제동을 거는 중책을 맡는다. 이러다보니 선임자격(변호사 또는 관련업 종사자이면서 동시에 5년이상 근무한 자)이 다소 까다롭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소규모 대부업체는 인맥을 통해 부탁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부분 아는 변호사가 ‘무보수 비상근’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산불감시인을 방화범으로 몰아 세우는 악의적인 네거티브
최근 관련해서 네거티브 공세를 받고 있는 특정후보가 엔젤투자사의 ‘보호감시인’로 선임되었던 경력이 있다. 불법 사금융의 피해를 막고 투명한 금융 질서를 지키기 위해 활동한 인물이다. 그런 그를 두고 단순히 등기부상 ‘대부업’이라는 글자가 적힌 곳에 잠시 몸담았다는 이유만으로 악덕 사채업자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행위는, 선거 공세를 넘어 인격 훼손에 가깝다.
해당후보는 어떠한 대가 없이 선의로 보호감시인 역할을 맡았다. 보호감시인은 법적으로 이사회결의를 거쳐야만 선임될 수 있다. 당시 1인 기업 수준으로 법인 실무에 어두웠던 대표는 ‘임원으로도 등기해야 하는 줄로 알았다’ 했다. 이로 인해 해당후보는 ‘무보수 이사’이자 ‘무보수 보호감시인’으로 선임되었던 것이다.(출처 : 2026년 3월 10일 동사 박태현 대표의 기자회견)
이는 마치 산불이 나지 않도록 밤낮없이 산을 오르며 감시하는 ‘산불감시원’을 보고, 연쇄 방화범인 ‘봉대산 불다람쥐’라고 손가락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소한의 경제적 지식은 필요하다
정치적 공세는 자유지만, 최소한의 경제적 지식과 사실관계는 조사해야만 한다. ‘대부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부정적 느낌을 자극해 시민의 눈을 가리려는 얄팍한 선동은 이제 거두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보고 싶은 것은 프레임 씌우기가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릴 진짜 실력과 혜안이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시민들의 눈높이는 이미 그 선동을 넘어선 지 오래다.
